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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能)



5개월 전에 찍은 사진이다.

멀리 앉아 계시는 할머니께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어

옆에 가서 앉았다.











할머니는 싫지 않은 듯 하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고
난 들어드렸다.

그리고 나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당시만 해도,

내 속에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줄 알았다.
또한,
내 안에 글을 쓰게하는 여러가지 재료들이 존재하는 줄 알았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이었다.
우리(동식과 나)를 통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친구가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술술 글을 써갈수 있었으니까.....













우릴 통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우릴 통해서......)

그래... 우릴 통해서....

이게 맞는 말이다.

"우리가 많은 일들을 했고" 가 아니라
"우릴 통해서......"가 맞는 말이다.

"우리가 많은 말들이 하고 싶었고"가 아니라
"우릴 통해서....."가 맞는 말이다.


통해서라는 말은 통로라는 말이다.

통로라는 말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전하는 매개체라는 뜻이다.


"내가 한것"
"누군가가 나를 통해 한것"


이 두가지의 큰 차이를 경험하는 요즘이다.

지난 3주간
난 글을 쓸수가 없었다.
안 쓴게 아니라 쓸수가 없었다.














정오(正誤)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글을 쓸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한국에 나온 큰누나가 말했다.
말로는 속일 수 있어도
글로는 속이기 어려운거라고......

















나는 주(主)가 아니다.
나는 내 속에 있는 주(主)의 능(能)이 나타나는 통로이다.


내 속에 주(主)가 계시던 자리에 다른 주(主)들로
가득 채워놓았으니
어찌 주(主)에 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랴......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복음 15장 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