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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1. 죄책감 VS 은혜

우리 아버지는 알츠하이머와 파킨슨이라는
병을 동시에 가지고 계신다.
3년 전부터 조금씩 기미가 있으시더니,
1년전부터는
내가 자신의 아들인것을 모르신다.

간단히 말해서 알츠하이머는
기억력이 없어지는 병이고
파킨슨은 거동이 불편해지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적어도 2주에 한번씩은 목욕을 시켜드리는데
이 시간은 나에게 너무 힘든시간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아버지는 목욕을 너무나 싫어하셔서....
이렇게 옷을 하나 벗겨드리는데까지도
얼마나 많은 힘이드는지 모른다.

끓임없이 욕설을 내뱉으시고
아직 사용하실수 있는
왼손으로 힘껏 내리칠때도 있으며
이웃에게 다 들리도록 큰 고함을
 지르실 때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주 씻겨드리지 못하고
 2주에 한번도 겨우 씻겨드린다..

그렇게 2주, 2주 또 2주....












그러다가 한번은 정말 힘든 날이 있었다.

약 30분 간의 실랑이 후에 
겨우 욕실에 들어갔는데
고함과 욕설이 끊이지 않아서
난 폭발했다.


 아버지의 얼굴을 막 밀쳐댔고
나도 아버지께 고함을 질렀다.

그리곤 참 많이 울었다.


사실 이런적이 몇번 있다.


이런 날 나는 많은 죄책감에 쌓인다.
아버지께 이렇게 하고
친구들을 만나
 웃고 있는 내가 너무 싫었고
욕실안에서 일어난 일에대해서 모르는
 어머니나 누나 얼굴을 아무렇지 않은듯
보는것도 너무 힘들었다.
(난 아버지와 집에 단 둘이 있을때만 목욕을 시켜드린다.)
(아버지 고함소리 들으면 어머니나 누나가 놀랄까봐...)









"아빠 내가 도와주는 건데
왜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 욕을해요?"

목욕 후 이렇게 여쭤보면...









"아이고 제가 그럴리가 있습니까?
전 욕은 절대 안합니다.
진짜로 욕은 안합니다."

아버지의 대답은 늘 이렇다.


이런식으로 목욕 끝내고 나면
 내가 미워진다.
그리곤 또 죄책감에 쌓인다.
그래서 후회하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몇번이고 다짐한다.









하지만 난 번번히 실패헸다.
저 다짐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또 하루는...
정말로 크게 폭발한적이 있었다.
차마 이곳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죄책감들이
오히려 더 과격한 행동이나 말을 불러왔다. 



"아빠 때문이예요. 아빠 때문에
내가 불효자 중에서도 왕 불효자가 되었군요."








나 혼자 있는 세상으로 숨고 싶었다.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








날 누르는 최고의 죄책감에 빠져 있을때
내 마음에 강한 울림이 있다.


하나님의 날 향한 마음이다.

그래도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지금도 너를 사랑한다고......
부족한 너를 그래도 사랑한다고......

결코 나 스스로 지어낸 소리나
합리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귀에 들리는 소리도 아니다.


그냥 그 마음의 울림이
 너무나 선명하고
이제껏 성경에서 읽으며 알아오던
그 예수님의 마음과 너무나 동일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것이고,


또한 그 뒤의 내 삶의 변화가 있기에
그것이 진실로 하나님의 음성이었음을 안다.




누구나 한번쯤은
진실된 사랑을 느껴본적이 있을텐데,
그것이 자기 마음을 추스린다거나
책에서 읽은 것을 떠올리는 정도로
만들어낼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











그 이후로 아버지에게 고함치지 않았던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함치고 안 치고를 떠나서
아버지를 볼때
아버지로 인해서 눈물이 난다.


예전에는 나의 힘듦으로 인해서 눈물이 났고,
정말로 내 상황과 마음을 아는 이 하나없다고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면,
이제는 아버지로 인해서 눈물이 난다.








하나님은 지금 날 감독하고 계신게 아니라
끝없는 사랑으로 응원하고 계신다.


그 이후,
아버지께 잘하겠노라고
따로 다짐한적은 없지만 다짐했을때보다
내 손길이
훨씬 더 부드러워진 것이 사실이다.




감독자가 있는곳에는 죄책감이 있다.

하지만
죄책감으로 인한 후회는
어떤 행동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또한 그 행동의 근원이 되었던 마음에는
오히려 더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는것 같다.








조건없는 사랑에는 은혜가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은혜는
죄책감이 해내지못했던
변화들을 일으켜낸다.



가장 깊은 내면의 변화부터 시작해서
실제적인 행동의 변화까지......








감독자로서의 하나님이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을 자랑하고 싶다.


물론 하나님은 죄를 미워하신다.
하지만,
혹 하나님을 죄에 대한 감독자로만 보게 된다면
바로 이 죄를 뛰어넘는 사랑의 징표로 오신 예수님이
너무 억울하실것 같다...



우리가 아직 죄인일때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실히 보이셨도다.
성경 로마서 5장 8절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시고 근심하게 하심은
본심이 아니시로다.
예레미야 애가 3장 33절





p.s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은혜의 예수님을 전하고 싶습니다.